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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순례자의 항해일지

주지도 섬지기

by Visionary 2007. 12. 17.
 






항해위치
전남 진도군 조도면 주지도
동경 126° 05″/ 북위 126° 05″
방위
하조도(면소재지) 북쪽 9마일



   주지도를 찾아 간 때는 1989년 4월, 지금부터 17년 전인 어느 봄날이었다.
   그때는 근처에 우리 선교선(방주호)이 없어 작은 배 한 척을 빌려 타고 갔다.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새떼'라고 하기에 충분한 150개 이상의 유·무인도가
어깨를 맞대고 있는 '조도군도'다. 인구 3세대의 주지도도 그중 한 깃털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배는 섬에 도착했는데 난감했다. 선착장이 없는 것은 물론 밧줄 하나 묶을 곳이 없었다. 1톤도 못되는
조각배 한 척이 닻을 내리기조차 힘든 곳이 주지도였다. 집은 해안가에서 약간 위에 있었다. 올라가는
길에 만난 연분홍 진달래꽃, 주지도에서의 첫 대면이었다. 들리는 것은 고갯길 올라가는 헐떡거리는
숨소리뿐, 그 적막 중에 만나서일까? 느낌이 여느 때와 달랐다. 그래서인지 그 후 진달래꽃만 보면
항상 주지도가 떠오른다.

집에 도착하니 늙으신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밭일을 하고 있었다. 둘 다 하얀 머리 끈을 동여매고.
이빨이 몇 개 밖에 안 남은 할머니는 사람이 너무 없으니 심심하다고 하셨다. 그의 딸인 이영자씨(54세)는
조금 이상한 듯 보였다.
"예수를 믿고 싶어도 못 믿어라. 정신이 좋을 때는 좋아도라, 날짜가 오늘이 며칠인지도 모르고 일하요.
날짜를 내일 모레까지 알면은 그냥 잊어버리고, 달력도 보다가는 날짜 잊어버리면 혼자 달력만 보면은
뭐 할 것이요. 정신이 그래라. 잊어버리면 또 저 너메로 알러 가야 되라."

그 후 주변에 있는 성남도에 선교선이 배치되고 이 분들은 믿음의 식구가 되었다.
언젠가 갔을 때, '남편 따라 광주에 가 살지 왜 섬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안하고 어디론가
앞장을 섰다(남편 길창명씨는 광주 아이들 집과 섬을 오가고 있었다). 어머니인 할머니 무덤이었다.
별 말없이 물끄러미 무덤가에 서 있는 그녀를 나 또한 조용히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으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사실, 주지도는 아침부터 시작하여 여섯 번째 들른 섬이다. 광대도, 장도, 불도, 양덕도, 고사도,
모두 이 근처에 있는 그만그만한 섬이다. 그중 열 세대의 장도와 이십 세대의 고사도를 제외하고는
한 집 사는 섬들이다. 교회도 없다. 섬을 빠져 나오면서 본 주지도, 특히 산꼭대기에 있는
거대한 바위 하나는 석양의 붉은 기운을 온 몸으로 맞고 있었다. 곧 들이닥칠 어둠을 거부하듯이. -최종민

주지도의 길창명,이영자 씨 부부의 다큐멘터리를 "나눔터>영상으로 꾸민 e-가게>동영상 코너 【011】"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여기를 클릭하면 바로 이동합니다.


상영시간 : 3분 09초

배경음악
  • 곡명 : 주기도(The Lord's Prayer)
  • 작곡가 : A.H. Malotte
  • 노래 : 김영미(소프라노/코러스-국립합창단)
  • 음반 : 세계 명성가곡 선집 Vol.2(하나인터뮤직)
  • 주기도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기도의 모범으로 가르치신 말씀으로 신약성경 마태복음(6장 9-13절)에
    기록되어 있다. 크리스챤이라면 누구나 암송하며, 특히 이 곡이 나온 이후 예배와 찬양의 감격이 한층
    고조되기도 하였다. 작곡자 말로테(1895-1964)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작곡과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하였다. 그리고 성악가 김영미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는 한국의 성악계를
    세계 무대로 진출시킨 선구자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이탈리아로 유학, 베로나 콩쿨(1977년),
    푸치니 콩쿨(1979년)에서 1등, 미국으로 건너가서 루치나노 파바로티 콩쿨에서 1등,
    그리고 미국을 순회하며 유명한 오페라단과 100여편의 오페라를 공연하였다. 외국 음악 평론가들은
    그를 '섬세한 테크닉과 화려한 목소리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독실한 크리스챤(권사)이기에
    그가 부르는 '주기도'는 남다른 면이 있다. 그런 때문인지, 영상 항해일지 구상이 떠오른 작년 3월 이후,
    곡 선정 작업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첫 번째 곡으로 고민한 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