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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리카(탄자니아, 케냐)/기독교(교회)

킬리만자로 산자락 이야기(2)- 탄자니아 시골 교회

by Visionary 2012. 8. 2.


  지난 주일(7.22)엔 또 다른 현지교회에 다녀왔다. 이 교회는 한국 선교사가 개척한 교회이며, 초기 개척자가 비자 제한 때문에 활동할 수 없어서 다른 한국 싱글 여선교사에게 위양한 교회이다. 킬리만자로 산 중턱에 있는 두 교회와는 또 다른 분위기와 상황을 갖고 있었다. 하긴 모든 교회가 똑같을 수 있겠는가? 이 주일은 담당 선교사가 초청해서 목사 선교사 부부팀(아이 2명), 나, 동역하는 전문인선교사 6명이 함께 예배에 참석했다. 이날은 초청전도주일로 다른 선교사 부부가 가진 다양한 재능을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서선교사(남자)는 음악에 조예가 깊다. 예배 시간에 멋드러진 하모니카와 오카리나(그것도 소프라노, 테너의 두개) 연주를 통해 아프리카 성도들을 매료케 만들었다. 부인 선교사는 풍선불기와 색종이 공예를 잘해서 아이들에게 예배 후에 풍선을 즉석에서 풍선을 불어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주었는데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다.

 

  나와 동역선교사는 들러리로 격려와 지지를 위해 방문한 셈이 되었다. 이 교회는 탄자니아의 지극히 평범하고 작은 시골에 위치한 교회였다. 예배 분위기는 킬리만자로 교회들과 사뭇 달랐다. 왜 그런가 했더니 킬리만자로 교회들은 현지 은사주의 교단 소속이었고, 이 교회는 장로교단 소속이었다. 아프리카 특유의 정서와 음악적 성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앞에 방문한 교회에 비해서는 절제되고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이건 예배 순서에 전통적인 찬송가를 사용하는 것과 시편 교독 및 사도신경 고백 등의 영향도 있었다. 복음과 문화의 관계, 신학과 교단의 영향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해 봐야 하겠다.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고 비본질에 대해서는 여유와 창의력, 존중이 필요할 것이다. 신학과 교리를 무시할 필요는 없지만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적용해서 문화적 개성이 사라지는 것은 적절하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처음엔 이날이 전도초청주일인 줄도 잘 모르고 갔는데 예배 중간에 왠 청년이 예배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너댓살 어린아이부터 나이든 어른에 이르기까지 계속 데려오고 데려오고 또 데려왔었다. 예배도 안 드리고 왜 이렇게 들락날락하나 했다. 알고보니 전도초청주일이라 한 사람이라도 더 채우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주님 말씀처럼 강권하여 데려다가 내 집을 채우는 중이었다. 

그런데 우리 꼬맹이들은 도통 예배에 관심 없었고 그 오랜 시간을 지겹게 참을 수 없는지 몸을 비비꼬고 장난하고 난리였다. 애들은 어디나 똑같다. 애들뿐인가? 내 바로 앞에 앉았던 젊은 자매들은 갓 태어난 아기(채 1년을 넘기지 않은)를 보면서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전혀 예배에 집중하지 않았다. 이것도 한국이나 여기나 똑같았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그랬다. 

 

  헌금 시간에 킬리만자로 교회들보다 훨씬 더 조촐하고 작은 짚으로 짠 바구니가 헌금주머니를 대신했다. 우리가 내는 헌금은 너무 큰 돈이라 신경쓰였고 부담이 되었다. 현지 화폐로 만원(한국 돈 약 8천원)이지만 이들에겐 엄청난 돈이다. 아마 한국 선교사 서너명이 한 헌금이 한 달 헌금을 채우고도 남았을 것이다. 한국 선교사들은 돈이 무척 많은 줄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현지인들은 동전 몇 개 아니면 지폐로 5백원 또는 많으면 최대 천원 정도이다.

 

  예배 후에 이들은 한국 선교사가 왔다고 정성껏 자체적으로 준비한 점심을 대접했다. 기름 종류에 볶은 쌀밥 한 그릇과 쇠고기가 서너점 들어간 이들의 전통 국(도마토 및 서너가지 첨가물로 요리한) 한 그릇이 전부였다. 그런데 생각밖으로 밥이나 국맛이 참 좋았다. 그리고 콜라 한 병. 조촐하지만 맛있게 감사함으로 잘 먹었다.

 

  이 교회당의 뜰에는 엄청나게 큰 바오밥 나무(http://100.naver.com/100.nhn?docid=68827)가 자리잡고 있었다. 여긴 겨울이라 입은 다 떨어지고 없지만 그 위용은 대단했다.  동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주요 소재가 바오밥 나무이다. 그런데 이 나무는 통상 아프리카에서 신성을 지닌 나무로 알려져서 무당이나 주술사들이 의식을 행하는 곳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가능하면 놀지 못하도록 한다. 얼마나 큰지는 첨부한 사진과 선교사 자녀들을 대조해보면 알 수 있다. 

 

  이 교회는 한국 선교사가 개척한 이후에 내부적인 여러 어려움으로 수년 동안 문을 닫았다고 불과 1년전에 현재 한국 싱글 여선교사님이 사역을 시작하고 건축한 후 열정적인 사역으로 조금씩 부흥과 성장을 하고 있는 교회이다. 가녀리고 키작은 자매 선교사님의 수고와 섬김이 얼마나 드려졌을까를 생각했다. 하나님이 기억하시고 깨뜨려진 옥합과 부어진 향유를 통해 하나님이 영광 받으시길 기도한다. 

 

바오밥 나무의 위용을 보라! 이 교회와 복음이 탄자니아에 생명을 가져오는 하나님의 늘 푸른나무로 우뚝 서기를!

아담하고 예쁜 예배당, 여선교사의 헌신과 기도와 눈물이 드려진 건물이다. 왼쪽이 예배당, 오른 쪽이 유치원

아이들에게 요술같은 색 풍선을 만들어주는 선교사님!

정적으로 전도된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담당 싱글 선교사님!

참으로 소박한 십자가와 너무 작지만 이나마 채워지지 못하는 헌금 바구니

우리가 대접 받은 현지 성도들의 최선을 다한 넉넉한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