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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세계

나는 누구인가?(디트리히 본회퍼)

by Visionary 2012. 6. 11.

나는 누구인가?(디트리히 본회퍼)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감방에서 나오는 나의 모습이
어찌나
침착하고 명랑하고 확고한지
마치 성에서 나오는 영주 같다는데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간수들과 대화하는 내 모습이
어찌나 자유롭고 사근사근하고 밝은지
마치 내가 명령하는 것 같다는데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불행한 나날을 견디는 내 모습이
어찌나 한결같고 벙글거리고 당당한지
늘 승리하는 투사 같다는데

나는 정말 다른 이들이 말하는 그런 존재인가?
아니면 다만 나 자신이 알고 있는 내가 참 나인가?
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게 뭔가를 갈망하다 병이 들고
손들이 나의 목을 조르고 있는 듯
숨 가쁘게 몸부림치고

빛깔과 꽃, 새소리에 굶주리고
부드러운 말과 인간적인 친근함을 그리워하고
사소한 모욕에도 분노를 일으키는.. 
그리고 위대한 사건들을
간절히 고대하고
만날 수 없는 동료들을 그리워하다 무기력해지고
기도하고 생각하고 무언가를 하는 중에도
걱정과 공허감에 쓰러지며

이제 그 모든 것과
작별할 채비를 갖추어 가는 그런 존재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것이 나인가? 저것이 나인가?
오늘은 이 사람이고 내일은 저 사람인가?
아니면 동시에 둘 다인가?

타인 앞에서는 위선자이고,
혼자 있을 때는 고통에 짓눌리는 연약한 존재인가?

또는 이미 얻은 승리 앞에서
무질서하게 흩어져퇴각하는 패잔병과 같은 그 무엇이
여전히 내 안에 있는 것일까?

나는 누구인가.
내 안에서 비롯된 이 고독한 물음이
나를 비웃는다.

내가 누구이건
오, 하나님!
당신만은 아십니다.
나는 당신의 소유입니다.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2.4~1945. 4.9)

- 독일 루터교회 목사이자, 신학자이며, 반 나치운동가. 그는 아돌프 히틀러를 암살하려는, 제2차 세계 대전 때의 독일 국방군 최고 사령부의 군사정보국 Abwehr(대외정보와 군사정보 담당)의 구성원에 의해 진행된 계획에 가담했다. '작전명 발키리라'는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실제 사건이다.
그는 1943년 3월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고, 결국 독일 플로센뷔르크 수용소에서 1945년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의 글들과 신앙은 생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였으나, 그가 세앙을 떠난 후 공개되며 실천하는 신앙인의 상징으로 명성을 얻었다. 특히 제자도와 공동체에 깊은 관심과 탁월한 저서가 있다. 위의 글도 감옥에서 작성된 글이다. 특히 그가 쓴 신도의 공동생활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