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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해외선교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선교를 경계하라!

by Visionary 2020. 5. 27.

  ‘포르노’란 말 자체가 전혀 반갑지 않은 단어이고 우리를 화들짝 놀라게 하는 단어이지만, 이 단어는 엔지오(NGO)나 선교단체의 해외 구호 활동에 있어서 종종 애용되는 전가의 보도 같기도 하다. 아마 이것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 달성만 하면 된다는 ‘꿩 잡는 게 매’라는 사고방식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의 대부분은 처참한 빈곤과 질병 상태에 놓인 대륙 및 절망에 함몰되어 있는 비참하고 미개한 사람들이다. 이런 인식은 대부분 국제개발 단체들이 미디어를 통해 엄청난 광고 홍보비를 투자하면서 계속하고 있는 모금 캠페인 영상이 그 핵심 원인이다. 모금 영상을 통해 방영된 획일화된 이미지들이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며, 서구에서도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라는 개념으로 오래 전부터 큰 논란꺼리가 되어왔다. ‘빈곤 포르노’란 구호 행위나 특정 사안에 대한 후원을 얻는 과정에서 필요한 동정심을 유발하도록 가난한 사람들의 상황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미디어 자료를 뜻한다. 그러나 빈곤 포르노에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며, 수혜자(受惠者)의 무능력과 게으름이 부각되고, 반대로 시혜자(施惠者)는 자선을 행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자기만족에 빠진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가능성과 다른 장점들은 외면당하고, 지속적으로 원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각인된다. 가난은 오로지 굶주림으로 제한되며, 자립과 자기 개발도 무시된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강조되고 지속되어야만 원조가 그치지 않고 이뤄질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신념이다. 약이 아니라 결국 독이 될 것이 뻔한 이 방식을 왜 중단하지 못할까?

  무엇보다 이런 방식이 국제개발 단체들이나 선교단체의 사업비 마련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빈곤 포르노가 사람들의 감성과 본능을 적절히 자극하며, 인간의 보편적인 양심과 도덕성에 호소하고, 후원자가 후원에 참여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의무이고 명분임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방식은 철저히 사업 시행 단체와 후원자들을 위한 것이지 그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자존감이나 가능성을 외면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선교지에서도 빈곤 포르노 방식이 꽤 많이 통용된다. 선교비를 많이 모금하는 선교사는 미디어 활용과 자기 홍보에 뛰어나며, 관계자들과의 친분도 잘 유지한다. 기독교 미디어 관계자들도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공존을 추구한다. 결국 평범하고 성실한 선교사들은 선교비 모금과 후원에 있어서 빈약하며 늘 어려움을 겪는다. 반대로 선교비를 빈곤 포르노 방식으로 잘 모으는 선교사는 정직과 성실에 있어서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고 큰 문제를 일으킨다. 한국에 있는 교회나 선교 후원자들은 이런 선교사를 구분할 줄 모르며, 그들의 빈곤 포르노가 가진 여러 문제와 거짓에 대해서도 알 길이 없다.

  어느 선교사의 신실함과 정직은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 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가능하면 선교지에 오래, 많이 머물러 있는 사람이며 또는 미디어에 자기 홍보나 사역을 절제하는 사람이다. 늘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거대한 프로젝트의 추진에 목을 매는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을 복음으로 거듭나게 하며 그가 그리스도의 제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아낌없이 헌신하는 사람이다.

  선교지 현장에서 빈곤 포르노 방식의 선교와 그것으로 자신의 야망과 욕심을 채우는 선교사들을 꽤 본다. 그러나 살아계신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따라 선교한다면 그것은 마땅히 지양되어야 할 죽음에 이르는 선교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

  어느덧 선교지에 나온 지 햇수로 9년에 접어들었다. 목회 은퇴 후 시니어 선교사로 나왔기 때문에 많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소명을 주시어 선교지에 보내셨는데 감당하지 못할 어려움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한국에 있는 교회들이 선교사를 후원할 때 적어도 빈곤 포르노를 분별하지 못하여 하나님 나라의 귀중한 자원과 성도들의 헌금이 낭비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너무도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한국교회가 선교지에도 올곧은 정신을 전파하여 교회에 주신 귀한 하나님의 은혜와 복을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