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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사회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by Visionary 2011. 4. 8.

  결혼기념일 31주년이 되는 지난 41일에 아내 동반해서 영화를 봤다. 아내와 하나님의 뜻 안에서 만나 한 몸을 이루며 인생을 살아온 지 만 31, 햇수로 32년되는 날이다. 매체의 영화평에 힘입어 선택한 영화가 바로 '그대를 사랑합니다.'란 영화였다.

   이 영화는 만화 강폴의 원작을 토대로 영화화한 것이라고 하는 데 원작만화를 보지 못해서 만화와 영화의 차이점이나 창의적인 변형의 범위를 알지 못한다. 다만 본 영화를 기초로 해서 느낀 점을 적어 본다.

   이 영화는 노인들의 내면세계와 삶을 수채화처럼 담백하게 그려 낸 영화이다. 그래서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며 일상적인 주인공과 그들의 관계,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 흔하고 평범한 내용들을 가슴이 먹먹해지며 시리도록 슬픈 감동으로 담아낸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무엇보다 원작의 내용이 큰 구실을 했겠지만 영화 감독의 힘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치매를 앓는 부인을 지극정성으로 사랑하고 살피며 살아가는 장군봉(송재호), 치매를 앓고 있는 그 부인(김수미), 성격이 까칠하지만 내면은 참 따뜻한 김만석(이순재), 폐지를 수집해서 판 돈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송이뿐(윤소정)이 만들어가는 관계와 삶의 이야기는 배우들의 내공과 연륜을 통해 보다 성숙하고 황혼의 고독과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통해 공감과 소통을 시도한다.

   이 영화가 담백한 수채화처럼 특별하거나 두드러지며 호화스럽지 않지만 헐리우드 미국영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한국영화치곤 엄청난 호응과 반응을 이끌어내는 이유가 있다. 가장 보편적이며 흔한 그래서 오히려 바로 우리와 우리 부모의 문제가 그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송재호(장군봉)의 부인을 향한 사랑이 눈물샘을 터뜨릴 정도로 절절하지만 결국 부인의 질병과 그로 인한 죽음 앞에서 그 사랑은 더 이상 혼자 존재할 수 없었기에 평생 아내를 사랑했던 그 사랑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그의 모습은 감동을 넘어서 처절하게 다가온다. 비록 동반자살이지만 결코 쉽게 비난하거나 욕할 수 없는 깊은 고민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아울러 이것은 어쩌면 앞으로 나이들어 노년을 살아갈 모든 젊은 세대에게도 던지는 절박한 메시지라고 본다.

     또 하나의 부부 아닌 늙은 연인(?)관계로 나오는 김만석과 송이뿐은 친구사이로 지냈던 장군봉 부부의 동반자살을 통해 주체할 수 없는 충격을 받고 그런 비극적인(?) 종말에 대한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송이뿐은 낙향을 선택한다. 현재의 아름답고 이쁜 감정을 지니고 살다가 세상을 떠나겠다는 것이다. 중간에 김만석이 송이뿐을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만나는 장면이 나오고 김만석도 결국 병원에서 세상을 떠나면서 그 장면을 생각하며 눈을 감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동반자살을 선택한 부부보다는 덜 비극적이었지만 노인들의 소외된 듯한 삶 그 자체가 커다랗고 우울한 슬픔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렇다고 영화에 나오는 두 노인부부가 꼭 불행했거나 비극으로 인생을 마감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자식들과 시대에서 망각되고 소외되어 가는 노인들의 현실은 아름다운 당사자들의 애정과 연애 감정만으로 뛰어넘기엔 너무 높고 견고한 벽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영화 최종 장면에서 김만석이 송이뿐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다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마치 영화 ET장면을 차용한 듯한 오토바이를 타고 둘이 하늘을 날며 달과 별 사이를 다니는 환상으로 마감하는 것은 그런 이유인지 모른다.

   우리는 결혼과 배우자를 또 결혼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부모가 늙고 병들었을 때 자식은 부모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내 남편이나 아내가 치매를 앓고 더 이상 삶을 함께 할 수 없을 때 반세기를 함께 한 몸으로 살아온 다른 배우자가 세상을 먼저 떠난다면 어떻게 남은 삶을 홀로 살며 인생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노인들의 사랑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할까? 이런 모든 간단하지 않은 주제에 대해 쉽게 해답을 제시하거나 방식을 내놓기보다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 주인공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내면을 반추하며 돌아보길 바라는 게 아닐까?

   사족 : 눈물샘을 꽤 자극하는 영화다. 고의는 아니지만 영화의 주제와 소재가 그렇고 연출이 그러했다. 오랫만에 꽤 좋은 한국영화를 봤다. 그러나 남의 문제 같지 아닌 아니 바로 내 자신과 우리의 노후 문제에 대해 고민을 넘어선 막연한 불안 비슷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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