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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봉사가시는 분들, 꼭 읽어주세요(뉴스앤조이에서 퍼온 글)

by Visionary 2007. 12. 18.

방제 작업에 가장 중요한 시간, 사람 없다…사용한 방제복과 장화 재활용할 수 있도록 분리 수거


"1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온다지만 기름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에는 사람이 얼마 없어 안타깝습니다."

열흘째 퀴퀴한 기름 냄새를 맡으며 기름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만리포 한 주민의 목소리다.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 이 끔찍한 재앙으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태안 앞바다를 찾아와 방제 작업에 힘을 모으고 있다.

아침부터 달려온 봉사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흡착포를 모래사장에 깔고 갯바위를 닦으며 양동이로 기름을 퍼 나른다. 모래밭 깊이 스며든 기름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모래밭을 파고  기름과 모래를 벼포대에 담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절실한 마음으로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실제로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처음에는 답답하다. 인솔자도 없다. 센터에서조차 방제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실제로 바닷가에 내려가서는 모두 제각각이다.

자원봉사자 연속성 없어

방제작업 9일 동안 하루 1000명이 넘는 봉사자들이 다녀갔다. 하지만 대부분 처음 오는 사람들이다. 그 다음 날까지 며칠째 남아 봉사하는 사람들은 몇 안 된다. 자원봉사 활동에 연속성이 없다는 얘기다. 결국 매일 아침, 1000여 명의 사람들이 다 처음으로 방제작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일같이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제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무작정 삽과 쓰레받기로 기름과 모래를 얇게 걷어내며 양동이에 퍼 담는다. 갯바위에 떡칠 된 기름을 흡착포로 닦아보지만 끈적이는 기름을 닦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모래 위 얇게 덮여 있는 기름막, 솔직히 사건 발생 초반의 기름 덩어리야 바가지와 삽으로 담았지만 모래밭에 얇게 덮여 있는 기름막은 흡착포나 손바닥으로 기름막만 걷어내야 한다. 모래까지 담게 되면 기름차가 담아갈 수가 없다. 하지만 모래밭 위를 덮고 있는 기름막을 어떻게 걷어내야 하는지, 그에 대해 일러주는 이는 거의 없다.

아까운 방제복과 장화, 쓰레기 되어

백사장 입구 폐기물 처리장 입구에는 매일 수거한 기름통과 쓰레기로 산을 이룬다. 쓰레기를 담는 포대에는 벗어놓은 옷가지며 장화들로 산더미다. 매일 다녀가는 봉사자들만 수천 명이니 하루 입고 버리는 방제복과 장화·고무장갑·마스크가 수천 벌이다.

문제는 충분히 다시 쓸 만한 것들이 버려진다는 것이다. 기름이 거의 묻지 않은 비옷들, 겉만 더러울 뿐인 장화와 고무장갑, 방제복은 충분히 재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버려진 방제복은 흡착포만큼 기름막을 닦아내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쓰레기장에 버려지면서 벗을 때까지만 해도 깨끗한 것들이 기름때와 뒤엉켜버려 결국 모두 못쓰게 돼 버린다.

또한, 간혹 봉사자들이 모래흙과 기름을 담은 양동이와 포대·삽을 모래밭에 그대로 남겨두고 나오는 바람에 몰려오는 바닷물에 쓸려나가 하루 수고가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정작 중요한 시간에는 사람들이 없어

"바닷물에 섞인 기름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는 만조를 전후할 즈음입니다.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한나절을 손 걸레질하듯 모래밭의 기름막을 닦아내고 퍼내도 물이 한 번 들어왔다 나가면 모래밭은 다시 시커먼 기름막으로 변해 있습니다."

실제로 봉사자들이 기름을 걷어내는 일은 바닷물이 한 번 들어왔다 나가고 난 뒤 모래밭을 덮고 있는 기름막을 닦아내는 것이다.

"결국 바다 위에 검게 떠 있는 기름을 빨아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밀물이 시작되면 흡착포건 흡착포를 대신할 만한 것들을 최대한 밀물에 띄운 다음, 다시 꽉 찬 만조 때 바닷물에 띄워 놓은 흡착포를 건져내는 것입니다. 바닷물에 띄워 놓은 흡착포가 물이 들어오는 시간 동안 기름을 흠뻑 먹은 채 떠밀려 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 시간에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사실 지휘 센터에서는 오후 네 시만 되면 다들 나오라고 난리입니다.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솔직히 안전상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름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에 일을 안 하면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만리포에 산다는 한 아저씨의 얘기다.

아저씨는 봉사자들이 떠난 텅 빈 백사장을 가로지르며 버려진 방제복을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에 길게 띠를 두르듯 깔고 있었다. 이 옷들에 바닷물에 떠있는 기름들이 엉겨 붙어 100사람이 기름막을 닦아내는 것보다 더 많은 기름을 잡아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안 앞바다의 만조는 저녁 6∼7시 사이, 그리고 새벽 시간이다. 1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다녀가지만 기름을 잡을 수 있는 그 중요한 시간에는 정작 사람이 없다. 더군다나 1박 이상을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흡착포를 바닷물로 던져 놓은 후 꽉 찬 만조 때 바닷물에 띄워 놓은 흡착포를 다시 건져내야 한다는 것, 그 방식으로 일을 했을 때 훨씬 효율적으로 기름을 걷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는 없다. 그저 봉사자들의 버스가 들어오면 어떤 안내도 없이 기름을 걷어내라는 말 뿐….

따라서 만리포 주민과 봉사자들의 의견을 수렴, 효율적인 방제 작업 방법과 작업 시 주의사항들을 몇 가지 적어보았다.

첫째, 가장 먼저 흡착포를 비롯한 옷가지들로 해안선을 두를 것

바닷물에 있는 기름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양의 흡착포를 간조 이후 바닷물 가까이로 뿌려 놓는 것이다. 바닷가에 나가면 기름을 머금게 하는 흡착포 및 흡착포를 대신할만한 옷가지들을 받는다. 모인 봉사자들이 가장 중점으로 해야 할 일은 그것들을 해안선 가장자리에 뿌려 놓는 것이다. 그 흡착포들은 밀물이 들어오는 동안 계속해 바닷물에 있는 기름을 흠뻑 빨아들이고 만조가 되면 해안선 끝에 밀려온다.

지금까지는 많은 봉사자들이 흡착포를 가지고 모래밭에 묻어 있는 기름을 닦아내는 것에 많은 힘을 쏟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한다. 모래밭의 기름은 단지 만조 후 쓸려나가는 바닷물에서 약간의 기름이 모래밭 표면에 묻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지난 밤 걷지 못한 흡착포를 육지로 걷어낼 것

바닷가에 띄워 놓은 흡착포와 옷가지들은 만조와 간조를 되풀이하며 그 물 속에 섞여 기름들을 흠뻑 빨아들인다. 하루가 지나 조수간만을 두 차례 이상 지난 것들은 먹물을 머금은 솜처럼 기름을 흠뻑 머금은 채 놓여 있다. 그것들을 다시 밀물이 들어오기 전에 육지로 건져내야 한다. 또한 물이 빠져나간 낮 시간에 만조 때 흡착포로 기름 잡는 일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모래밭에 묻은 기름을 걷어내는 일은 흡착포로 하며 삽 등으로 모래 채 뜨지 말 것

지난 며칠 동안 봉사자들이 흘린 많은 땀에도 불구하고 방제작업을 어렵게 한 일은 바로 삽이나 쓰레받기로 모래흙을 걷어낸 것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기름 방제를 생각할 때 초기 모습에는 삽으로 원유를 퍼내고 쓰레받기나 바가지로 퍼내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래밭 위로 얇은 기름막이 남아 있기 때문에 삽이나 쓰레받기로 기름을 걷어내다 보면 기름보다 모래를 더 많이 퍼 담는다. 그렇게 되면 기름탱크로 옮겨 싣기에도 어려울뿐더러 흘리는 땀에 견줘 걷어내는 기름의 양은 무척 작다.

넷째, 오후 세 시가 되면 방제 도구들을 육지 위로 꺼내는 일이 가장 중요

밀물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오후 세시는 많은 봉사자가 바닷가를 떠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하루 종일 기름을 걷었던 방제도구들(기름을 퍼 담은 양동이나 포대자루·삽과 쓰레받기)을 그대로 바닷가에 둔 채 나오는 경우가 있다. 밀물은 생각보다 빨리 들어와 자칫하면 그동안 애써 모은 기름을 다시 바다로 내보내는 불상사가 생긴다. 기름을 모은 양동이나 포대자루는 봉사를 마치고 나오는 분들이 함께 육지로 꺼내주어야 한다.

다섯째, 봉사 마친 후 사용한 방제복과 장화를 함부로 버리지 말 것

기름 방제에 사용했던 방제복과 장화·고무장갑·마스크와 비옷이 엄청난 쓰레기가 되어 태안반도에 또 다른 환경오염을 불러오고 있다. 깨끗이 벗어놓으면 그 다음 봉사자가 다시 쓸 수 있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벗어놓고 분류 없이 일반 쓰레기들과 함께 버려지면서 그대로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비옷과 방제복·고무장갑과 장화들은 반드시 분리해서 모아둬야 한다.

여섯째, 개인 물품은 스스로 준비할 것

기름 제거 작업 시 필요한 물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장비가 지원되기도 하지만 물품이 모자라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되도록 개인 장비는 스스로 준비하는 게 좋다.

우선, 방제복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방제복을 대신 할 수 있는 우의와 냄새를 차단할 수 있는 방진 마스크, 무릎까지 오는 장화나 가슴 장화, 목이 긴 고무장갑, 면장갑, 두꺼운 양말, 마대 등이 필수다. 또한 방제작업을 마치고 장화나 장갑 등의 기름을 처리할 때 사용할만한 종이 타올을 준비하면 좋다. 그래야 장비를 다시 사용할 수가 있다. 특히 흡착포가 부족하기 때문에 흡착포를 대신 할만한 면 헝겊이나 낡은 옷을 준비하면 좋다.

알려드립니다
 
본 기사는 충남 태안 만리포에서 며칠째 방제 작업을 하던 자원봉사자와 만리포 주민의 봉사 후기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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