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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세계관

한국 기독교, 아직도 정치판 들러리인가?

by Visionary 2007. 12. 17.
  대선이 드디어 코 앞에 다가왔다. 수요일과 내년 4월에는 각기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현대인의 정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올 대통령 선거의 복잡성과 혼란함, 막판에 터진 BBK동영상 때문 열기가 고조되는 듯 보인다. 사람따라, 세대따라 대통령 선거에 대한 반응과 생각이 다르겠지만 분명 대선과 18대 총선은 한 나라의 운명과 진로를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던져야 할 심각하고 진지한 질문이 있다. "성경은 정치를 뭐라 말하는가, 정치는 하나님의 통치와 어떤 관계가 있으며,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정치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정치는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창조를 통해 허락된 일반은총임에 틀림없지만 인간의 타락 이후 하나님의 목적에서 벗어나 있는 그래서 우리가 다시 하나님의 통치와 영광을 회복해야 할 영역이다. 그래서 정치란 이름으로 특정이념이나 정당에 대한 천박한 선택이나 맹목적인 지지는 철저하게 비성경적이다.



                    <2005 사회복지엑스포 폐막식 - 사진은 본 기사와 관계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 동안 한국 기독교는 보수와 진보에 가릴 것 없이 편향된 모습을 보여 왔다. 성경에 기초한 뚜렷하고 치우치지 않는 기독교 세계관의 부재 때문이다. 아울러 파란만장한 근현대의 한국역사 속에서 결국 교회도 그 흐름과 소용돌이를 벗어날 수 없었던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일제 식민지 통치와 해방 전후 공간의 혼란, 6·25 전쟁과 근대화 과정의 격동 등이 그렇다. 그 과정에서 이념과 사상의 갈등 및 계층과 지역의 대립은 마치 격랑처럼 우리에게 다가와 내부의 혼란을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정치이다.

  그런데 한국 기독교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가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한 하나님 나라의 영역활동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지역주의의 연장이며, 사상 대립의 도구에 불과하다. 지금도 이것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올 대선을 앞두고 기독교 내부에서도 편 가르기와 줄서기의 구태가 여전히 노골적으로 출몰했으며, 하나님의 뜻을 빙자한 대선주자 기도회 및 특정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찬반의 말이 거침없이 뿜어졌었다. 교회의 이름으로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교회와 하나님 나라의 본질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정체성의 상실로 이어진다. 근본주의처럼 일반은총의 영역에 대해 폐쇄적이며 배타적이고 백안시하는 태도는 결코 성경적이지 않다. 그러나 현 한국 기독교의 정치 참여에 대한 태도와 방식은 그 못잖게 비성경적이다.

  정치 참여의 기준, 한계, 방법을 개혁주의 신학을 기초로 하여 일정한 지침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그 대강은 이렇다. 진리와 하나님 나라의 근본이 훼손되거나 공격받을 때에는 적극 직접적인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그런 본질적인 사안이 아닌 보편적인 도덕과 윤리의 가치, 공공의 이익, 인간 존엄성 등의 부차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성경에 기초한 예언자의 목소리를 창조적인 방법과 일정한 과정을 통해서 낼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문제든, 부수적인 문제든 가능하면 교회가 연대하여 하나님의 통치와 기독교 문화를 구현하는 입장에서 참여함이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다. 기타 사항은 순전히 각 그리스도인의 기독교 세계관과 신앙양심을 따라 개인적인 참여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된다.

  우리는 이원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 아울러 똑같이 교회의 정치집단화도 물리쳐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도자인 목사들이 개인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와 찬반을 표현해서는 안 된다. 상식적으로 지도자는 개인이 아닌 공인이기 때문이다. 교인들에게는 원리를 제시하고 가르치며, 정당이나 후보자를 향해서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성경적인 원리를 선포하면 되는 것이다. 그 최종 결정과 그에 따른 선택 및 참여는 개인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니 교회 직분을 들먹이면서 'ㅇㅇ대통령' 만들기에 몰두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더욱 과거 역사를 통해 그에 대한 쓰라리고 참담한 추억을 갖고 있다. 게다가 전에도 그랬지만 올해에도 장로, 집사 등의 직분을 가졌다는 후보자들이 두주불사(斗酒不辭)와 온갖 저급한 윤리적 소문(?), 절에 가서 열심히 불상 앞에 엎드려 조아리는 모습을 보며, '기독교인은 그 신앙이라는 이름 때문에 불신자보다 낫겠지.'라는 생각을 송두리째 버리고 있다.

  아무튼 교회는 더 이상 정치판의 들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성경적인 기독교 세계관으로 정치의 목적과 방향, 성격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가지며, 하나님의 나라와 통치를 위한 진리와 하나님 나라의 근본을 위해서만 교회와 주님의 이름으로 직접 행동하며 참여할 수 있다. 대선에서 특정정당과 후보를 지지하고 줄서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 자신의 건강함과 영향력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시급하게 기도하며, 교회의 부흥을 먼저 간구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