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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교회갱신

한없이 흠많은 사람의 죽음 그리고 그 후(고 옥한흠 목사님을 기리며) - 한국섬선교회에서 펌글

by Visionary 2010. 9. 10.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그 사람이 죽은 후에 드러난다. 그 사람의 옥과 흠 역시 죽은 뒤에야 확연히 알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죽음은 모든 것을 종결짓는 최종평가의 끝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평가는 본인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의해서, 역사에 의해서 평가된다. 그러므로 누구든 자기 입으로 자신이 옥보석 같은 존재라고 하였다 하여 진정 그가 옥보석인 것도 아니요, 자기 입으로 '한없이 흠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여 정작 그가 그렇게 흠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 우리는 자신이 죄인됨을 고백하는 허물많은 사람들을 향해 더욱 그의 용기와 겸손과 자기성찰을 높이 평가해준다.

      그러기에 나도 그의 죽음 이후, 이제는 말할 수 있는 것이다.

      1990년 후반, 옥한흠 목사가 시무하는 사랑의교회는 폭발적인 부흥을 가져왔다. 제자훈련의 열매가 극명하게 드러난 시점이다. 그 당시 나는 일산신도시 기독교연합회의 임원을 맡고 있었다. 어느 날 주위의 목사님 몇몇 분들이 모여 불평들을 털어놓았다.

      "나 정말 옥한흠 목사에게 실망했어. 그분만은 그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정말 실망했다고"
      "아니, 무슨 일인데 우리 모두가 존경하는 그분을 욕하고 그래요?"
      "이번에 후곡마을 상가 꼭대기에 사랑의교회 지교회를 세웠어요. 그래서 위성예배로 드린다나, 어쩐다나..."
      "아니 그분이 그럴 리가 없지요. 그분은 지금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 회장직도 맡고 계시잖아요"
      "그러니까요. 암튼 조목사님이 직접 확인해 보면 될 거 아니요. 정말 믿을만한 사람 하나도 없다니까"

      당장 전화를 걸고 진상을 파악한 결과 그건 사실이었다. 부목사님 한 분이 오셔서 돌보시고, 오전 예배는 위성으로 예배드린다고 했다. 나 역시 속으로 저으기 실망했지만, 그래도 그분을 향한 내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분명 뭔가 오해가 있음직 했다.

      "목사님들, 그럼 이렇게 뒤에서 욕만 할 게 아니라 우리의 입장을 직접 말씀드려보도록 합시다.아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는 건지도 모르니까요"
      "아니 한국교회에서 누가 감히 그분에게 이러쿵저러쿵 말할 사람 있어요? 더욱이 나처럼 같은 교단에 속해 있는 사람은 입도 뻥긋 못하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교단이 다른 내가 편한 마음으로 옥목사님께 직접 말씀드려보지요. 저는 그분과 전혀 연관이 없으니까"
      "그렇게 바쁘신 분이 우리 같은 사람 이야기 들어주기나 하시겠어요? 더욱이 좋은 얘기도 아닌데..."
      "그건 한 번 부딪혀 본 다음에 할 얘기니까 기도들이나 해주세요. 고양이 목에 방울다는 일은 제가 할 테니까"

      내 전화를 받은 그분의 비서는 참으로 친절하고 겸손하였다. 내가 전화 건 목적과 내용을 잠간 설명하고 그분과 개인적으로 대화하길 원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아주 반색(?)을 하며 전화 정말 잘 거셨다고, 이런 말씀은 우리 옥목사님이 꼭 직접 들으셔야 한다고, 오히려 내 쪽에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친절하게 말해왔다. 그리고 옥목사님은 지금 손님과 대화중이어서 곧 바로 다시 연락드리겠노라고 말했다. 나는 내 임무를 이 정도에서 끝난 것으로 생각했다. 어쨌던 비서에게라도 이쪽의 입장을 말해주었으니 그 다음은 전하던 말던 내 할 일은 다했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 외출을 하려던 때에 정말 그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후 옥목사님과의 전화통화는 40분 정도 계속됐다.

      내가 일산신도시 기독교연합회의 한 임원으로서 이 지역의 목사님들이 교단을 막론하고 옥목사님이 이 지역에 위성예배를 드리면서까지 지교회를 세운 것에 적잖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그토록 제자훈련의 핵심을 교회론에 두고 있으시면서 이런 모습으로 교회를 확장시켜야 하는 건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옥목사님의 목회철학에 견주어 볼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어서, 우리들끼리 모여 불평하던 차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있는 목사님의 속사정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답답한 마음으로 전화드렸노라고,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려야 하는데 전화상으로 죄송하다고...

      그분은 지교회를 세우게 된 연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셨다. 나로서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분 주위 측근들의 말만 듣고 그냥 쉽게 이 일을 진행한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나 역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말씀드렸다. 그분은 나의 조심스러운 반박에 처음에는 약간 불편한 심기를 표하다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나중에는 귀기울여 들으셨다.

      "솔직히 나는 이런 문제로까지 불거질 줄 정말 생각 못했습니다. 그 지역 목사님들의 생각이 전부 그렇다면 나도 고려해보지요. 나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당회에서 장로님들과 상의해서 할 일이니 일이 해결되더라도 당장은 안 될 겁니다. 연말이나 되어야 하지 않을 듯 싶은데..."
      "아닙니다. 저는 목사님께서 제 얘기를 경청해주신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도 교단은 다르지만 목사님께 제자훈련을 배운 제자 중의 한 명으로서, 아무쪼록 합력하여 선을 이룰 수 있게 되기 바랍니다"

      연말까지 7개월 정도를 더 기다릴 것도 없었다. 이 일이 있은 후 한 달도 못 되어 사랑의교회 일산지교회는 문을 닫고 철수했다. 그리고 나는 이때로부터 옥한흠 목사를 한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현존 인물로 삼게 되었다. 또한 그분과의 이 사건은 자칫하면 내 자랑(?)이 될 것같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겸손한 그분에게 정말 조금이라도 흠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교회를 세우는 일도 힘들지만, 이미 세운 교회를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과감히 허무는(?) 일이야말로 범인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장로님들과 교회에 자신의 잘못된 결정을 번복한다는 것이 심히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운 일일 수도 있는데, 그리고 이 편의 이야기들을 무시할 수도 있는데, 무시한다고 하여 무슨 일이 일어날 것도 아닌데 그분은 낮은자의 입장에서 소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셨다. 역설적으로 그분은 세운 교회를 허무는 흠으로 인하여 내겐 더 존경스러운 분이 되셨다.

      이미 천국에 가신 그분에게 나로서 개인적으로 회개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그분과 40여분의 전화통화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그분 모르게 살짝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나중에 무슨 근거를 삼겠다고 그랬는지 나도 내 자신의 속셈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선한 의도로 그런 것이 아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마 그당시 이렇게 그 지역에 지성전을 세운 대형교회로서의 Y교회와 M교회가 있었는데, 그들의 말과 받아들인 행동의 결과는 사랑의교회의 옥목사님이 보여주신 태도와 너무 달랐기 때문에 불신감정이 깔려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는, 솔직히 옥목사님이 의외로 선뜻 내 말에 어떤 반응을 보여주셨을 때 나는 그분이 내 말을 경청해주긴 하셨으나 그 일을 실행하리라고까지는 그분을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그분의 죽음을 아쉬워 한다. 지금껏 그분과 같이 대형교회 목회자로서 한국교회의 갱신과 이를 위한 회개의 메시지를 예레미야처럼 목소리 높여 외친 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없이 흠이 많은 사람. 그러나 그러한 자신의 고백이 있기에 옥보석의 DNA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 그리고 한국교회의 모든 흠들을 자신의 흠이라고 생각하여 아파하고 고뇌하며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간 사람.

      나도 오늘같은 날은 그분이 먼저 가신 천국에 가고 싶다. 그분과 같은 분들이 계신 곳이 천국이라는 사실이 나를 열광케 한다. 날이 개었다. 우리 모두 힘을 내어 일어나 씩씩하게 앞을 향하여 나가자. 우리 대장 예수가 앞에 계시니-.

      "이는 너희가 흠이 없고 순전하여 어그러지고 거스르는 세대 가운데서 하나님의 흠 없는 자녀로 세상에서 그들 가운데 빛들로 나타내며, 생명의 말씀을 밝혀 나의 달음질이 헛되지 아니하고 수고도 헛되지 아니함으로 그리스도의 날에 내가 자랑할 것이 있게 하려 함이라" (빌 2:15-16)
      - 조규남(한국섬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