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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교회갱신

한국에 있는 두 종류의 교회(크리스챤투데이에서 전재)

by Visionary 2009. 1. 16.

한국에는 너무 다른 두 종류의 교회가 있다

[작은교회 이야기5] 큰교회와 작은교회의 주일예배 풍경 [2009-01-16 13:46]

한국교회 신뢰도 하락에 여기저기서 걱정 섞인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최근엔 경기침체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어려움 극복을 위해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말들도 참 많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본지는 ‘작은교회’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당장 내야 할 성전세를 놓고 하나님께 부르짓는 절박함, 교인 한 명을 정착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헌신, 그리고 부흥을 향한 열망과 희망. ‘작은교회 이야기’라는 제목의 연재로 그들의 현실과 잠재적 영성, 미래를 담아봤다.

큰교회와 작은교회의 주일 풍경은 어떨까. 서울에서 7년 전 교회를 개척한 신모 목사는 “큰교회가 주일날 셔틀버스 운행하는 것을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작은교회 전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도 소재 일부 큰교회들은 주일 셔틀버스를 서울·경기 전 지역에 걸쳐 운행하고 있었다. 본지는 그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큰교회와 작은교회 주일 풍경을 ‘비신자’의 시각으로 담아 봤다.

자리 없어 영상으로 예배… 오케스트라 성가대
북카페에 서점, 셔틀버스, 교통정리 요원까지

▲발 디딜 틈이 없다. 북카페에 서점, 셔틀버스. 여기에 교통정리 요원들까지…. 큰교회 주일예배 풍경은 이처럼 규모가 대단하다. ⓒ 크리스천투데이 DB
(큰교회 풍경) 지난 주일 서울의 한 큰교회를 찾은 A씨. 종교가 없는 그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처음 교회를 찾았다. A씨는 평소 들어 알고 있었고, 또 교인수가 많은 이 교회야 말로 숫기가 없는 자신에겐 안성맞춤일 것 같아 예배를 드리기로 결심했다.

교회를 찾기 하루 전, A씨는 인터넷 검색창에 교회 이름을 넣었다. 잠시 후 단번에 교회 홈페이지 주소가 눈에 들어왔다. 클릭을 하고 들어가 교회소개란에서 예배 시간표를 확인했더니, 오전 9시 1부 예배를 시작으로 저녁 5시 5부예배까지 일정이 빼곡히 나와 있었다. 중간에 청년예배, 찬양예배란 이름도 눈에 띄었다. 오전 11시 2부 예배를 드리기로 하고 홈페이지를 살피니 마침 셔틀버스가 집주변까지 운행하고 있었다.

다음날 셔틀버스를 타고 교회에 도착. 시간이 남아 교회에서 운영하는 북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었다. 책에 너무 정신을 팔았나. 시계를 보니 정확히 예배 시간이었다. 서둘러 예배당으로 향했더니 자리가 다 찼다며 안내라는 명찰을 단 사람이 A씨를 3층으로 안내했다. 계단을 올라 들어간 곳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예배가 중계되고 있었는데, 그곳에도 벌써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예배를 드리며 A씨는 찬양대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교회 유니폼을 입은 성가대원들은 여느 방송사 합창단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고, 바이올린과 첼로는 물론 오보에에 플루트까지 동원된 연주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큰교회라 역시 다르다고 A씨는 생각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예배를 드리고 A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입구에 사람들이 몰리니 빠져나가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교회 앞 마당에도 예배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한 쪽에선 청년들이 기타를 치며 찬양을 하고 또 한 쪽에선 무슨 전도축제가 있다면서 사람들이 연신 홍보에 열중이었다. 교회가 운영하는 서점에 들러 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회 내 북카페에서 따로 성경공부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교회 앞 도로는 빠져나온 교인들로 북적였는데, 교회 이름이 적힌 유니폼의 교통정리 요원들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A씨를 포함한 교인들은 다시 셔틀버스에 올라 각자 집으로 향했다. 어떤 교인은 자기 집에서 한참이나 먼데도 이 교회에 다녔다. 교회 셔틀버스가 그곳까지 운행하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생개척’…목사 딸이 직접 반주
주일날 예배는 ‘딱’ 한번…“큰교회 가자”

▲수많은 상점의 간판들 사이로 보이는 ○○교회.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자나칠 수도 있다. ⓒ 최우철 기자
(작은교회 풍경) 교회를 다니지 않는 B씨. 얼마 전 자신의 집으로 목사 한 사람이 찾아와 ‘예수님을 알면 행복해집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주고 갔다. 예배에 한 번 와보라는 말도 함께 남겼다. 평소 여러 번 이런 일이 있었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 않다가, 최근 힘든 일을 겪으면서 마음에 위로나 얻을까 하는 생각에 종이에 적힌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려보기로 했다.

오전 11시 예배 시간에 맞춰 B씨가 찾아간 곳은 상가 3층에 위치한 작은교회. 하도 많은 상점들 사이에 있어 하마터면 스쳐 지나칠 뻔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10명 남짓되는 사람들이 접이식 의자에 앉아 예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40~50대 나이의 교인들이었지만 학생들도 더러 있었고, 엄마 품에 안긴 아기들도 보였다.

예배당에 들어서니 아주머니 몇 명이 반갑게 B씨를 맞았다. B씨는 자신을 마치 귀한 손님처럼 대하는 그들의 행동이 처음엔 조금 부담스러웠으나, 성경과 찬송가를 챙겨주며 친절하게 자신을 안내하는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예배가 시작되자 자신의 집에 찾아왔던 목사가 직접 사회를 맡아 예배를 인도했다. 한 여학생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처음 찬송가라는 것도 불렀다. 나중에 목사는 이 여학생을 자신의 딸이라고 소개했다. 목사는 자신의 아내와 자녀 둘, 이렇게 4명이서 이 교회를 2년 전 개척했다며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생개척’이라고 한다는 말도 했다.

이 교회에서 예배는 오전 11시에 한 번만 드린다. B씨는 예배 후 목사 가족과 함께 교회에서 점심을 먹었다. 예배에 참석했던 교인들은 대부분 집으로 돌아간 뒤였다. B씨가 오후엔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니 함께 성경공부도 하고 전도도 나간다고 목사는 대답했다. B씨는 식사를 마치고 교회를 나왔다. 목사 부부가 문 앞까지 나와 다음 주에도 또 오라며 깍듯이 인사를 했다.

얼마 후 B씨는 교회에 다니는 자신의 친구에게 작은교회 예배에 참석했다는 말을 했다. 그 친구는 큰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는데, B씨의 말을 듣자 대번에 자신과 함께 다니자고 했다. 그러면서 큰교회에 가면 성경도 잘 배울 수 있고, 많은 사람들과 교제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B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큰교회와 작은교회의 모습은 다를 수 밖에 없고, 예배라는 교회의 핵심 사역에 있어서도 둘의 모습은 확연히 구분된다. 그러나 그 차이가 너무 크다. ‘양극화’라는 단어가 피부에 직접 와닿을만큼 모든 면에서 둘의 차이는 극심하다.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일차적으로 자신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한국교회 전체의 체질개선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비신자들이 전도자에게 “그 교회 큰가요?”라고 되묻는 상황이 말해주듯, 이젠 한 목회자의 노력만으론 전도에 한계가 있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최근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을 도모하자는 주장도 이런 상황과 맥락을 같이 한다. 세계 최대 교회를 비롯해 대형을 넘어 초대형 교회를 보유한 한국교회가 이젠 개교회보다 전체 교회들을 돌아볼 때다.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